요12:20-33/ 땅에 떨어지는 밀알 / 한경직 목사 2014-08-23 00:45:11 read : 12480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지금은 사순절 기간으로서 특별히 주님의 최후 주간의 말씀을 하나 생각하고자 합니다. 명절에 예배하려 올라온 사람 중에 헬라인 몇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이 예수님의 제자 빌립에게 가서 예수를 좀 뵈옵기를 청하였습니다. 빌립이 안드레에게 이 말을 하고 같이 예수님께 나아가 이 사실을 고하였습니다.
『헬라 사람 몇 사람이 와서 주님을 뵙기를 원합니다.』 이 말씀을 들으신 주님은 다음과 같은 의미 심장한 말씀을 하였습니다. 『인자의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주님은 흔히 평범한 사실에서 깊은 인생의 진리를 찾아내어 가르쳐 주십니다. 여기에는 땅에 떨어지는 밀 하나를 통하여 자기가 장차 거르려는 길을 말씀하시며 우리가 또한 꼭 배워야 할 진리를 깨우쳐 주시는 것입니다.
주님은 몇 사람, 헬라 사람을 통해서 장차 자기에게 몰려올 수다한 이방 사람을 미리 보신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자기가 먼저 십자가에서 만민을 대속하기 위하여 죽어야 할 것을 미리 보신 것입니다.
이 시간 땅에 떨어지는 밀 하나의 원리를 잠깐 생각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축복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먼저 자연계와 이 원리에 대해서 생각하고자 합니다. 농부가 아닐 지라도 이 원리는 누구나 다 아는 것입니다. 밀 하나가 그냥 있으면 언제나 하나 그대로 있습니다. 애굽 금자탑 속에서 밀 알 몇을 발견한 일이 있는데 五 천 여 년간이나 그대로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밀을 땅에 심었더니 많은 수확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흙에 묻혀야 합니다. 그래야 그 속에서 새 싹이 나고 자랍니다. 열매를 맺습니다. 많은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밀은 땅에 떨어짐으로서 많은 결실을 합니다.
이것은 밀만이 아닙니다. 모든 곡식이 그러합니다. 벼가 그러하고 콩이 그러하고 팥이 그러하고 옥수수가 그러하고 모든 곡식이 그러한 것입니다. 곡식만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나무와 식물들도 그렇습니다.
도토리가 그대로 있으면 그대로 한 알 그대로 언제나 남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떨어져서 땅에 묻히면 썩어 싹이 나고 큰 나무로 자랄 뿐 아니라 많은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사과나무도 그러하고 복숭아나무도 그러하고 백과가 다 그러한 것입니다.
가을날 황금 물결이 뒤치는 곡식 밭을 바라볼 때에 우리는 땅에 묻힌 이 밀 알 한 알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밀 한 알들의 무덤 위에 그렇게 많은 결실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 년 보는 평범한 사실들입니다. 그러나 또한 뜻 깊은 진리가 여기에 숨어 있습니다.
다음에 그리스도의 생활과 이 원리를 계속해서 생각하여야 되겠습니다. 그리스도는 이 평범한 사실에서 생활의 원리를 발견하였습니다. 곧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이 되기를 결심하신 것입니다.
물론 그리스도의 지상 생활을 통하여도 그는 위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 그의 위대한 인격의 감화, 그의 진리의 교훈, 그의 크신 이적, 그의 사랑과 모든 행동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유대 나라 안에 거의 국한되어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셔서 죽으시고 삼일만에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그 후에 오순절이 이르렀고 三천 명이 하루에 회개하게 되었고 그 수가 며칠 안 되어 五천 명으로 증가되었고 그뿐 아니라 사마리아와 수리아, 안디옥과 전 로마 제국과 아니 전 세계에 복음이 확포(擴布)되어 많은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
예수그리스도는 문자 그대로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이었습니다. 이렇게 땅에 떨어져 죽으심으로 많은 열매를 맺으셨습니다. 예수는 이 원리 그대로 살으시고 그대로 죽으시므로 이 원리 그대로 많은 열매를 맺으셨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말씀은 단순하고도 확실한 보편적인 진리 한 가지를 우리에게 분명히 가르쳐 주십니다. 곧 많은 결실의 비결은 희생에 있습니다. 먼저 땅에 떨어져야 합니다. 죽어야 합니다. 희생하여야 합니다. 오직 희생만이 많은 결실의 비결입니다.
지난주간 제가 부산에 있을 때 오후에 집회를 마치고 여관에 돌아왔는데 어떤 중년 부인한 분이 찾아와서 꼭 만나기를 원하였습
니다. 그래서 들어오라고 하였더니 그는 작은 선물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주면서 자기의 사정을 말하였습니다.
그는 6․25때에 남편을 잃고 일곱 살과 다섯 살 되는 두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없어 허덕이던 중에 마침 부산에 다비다 모자원이 생겨 그 곳에 들어와서 十여 년 있으면서 두 아들을 길렀는데 그 동안 많은 고생을 하였지마는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은 맏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였고, 지금은 둘째 아들도 거의 대학을 졸업하게 되어 이제는 아무 염려가 없노라고 하면서 이렇게 모자원을 부산에 세워주셔서 너무 감사해 잠깐 만나 뵈려 왔노라 는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 어머니의 말을 들을 때에 족히 과거 二十년간 그가 당할 수밖에 없었던 고독과 빈궁과 눈물과 희생의 생활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어머니는 두 아들을 위해서 청춘과, 향락과, 사치와 허영 등 모든 것을 희생한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이었습니다.
땅에 떨어진 밀 하나의 정신을 가진 어머니가 있는 가정은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이런 어머니가 있는 가정은 귀한 자녀를 옳게 길러서 교회와 사회를 위하여 크게 공헌을 하는 것입니다.
가정에도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진 어머니, 이런 정신을 가진 아버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야 그 가정이 많은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가정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기관이 그렇습니다. 가령, 남한에 근 五백에 달하는 고아원이 있는 줄 압니다.
이런 사회사업 기관에서 많은 불행한 어린이들이 지금 자라고 있습니다. 대체로 외원(外援)단체와 국고 보조로 최소한도의 식생활은 문제가 없는 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컨대 문제는 이 아이들을 바로 기를 만한 원장들과 보모들이 있느냐 거기에 있습니다.
곧 땅에 떨어지는 정신을 가진, 다시 말하면 이 어린이들을 위해서 희생하려는 직원들이 얼마나 되는가 요컨대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육신을 기르기는 과히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온전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희생적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에는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진 사회사업가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사회 시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학원이 역시 그러합니다. 지금 남한에 공립 사립학교가 많이 있습니다. 국민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중․고등학교 대학교가 무수히 있습니다.
물론 학교를 경영하는데는 재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닙니다. 학교는 지식과 기술만 가르치는 곳은 아닙니다. 학교는 옳은 사람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런 교육 기관이 되려면 지식과 기술이 많은 교사로만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참으로 학생을 위하여 자기의 전 생명을 바치려는, 다시 말하면 땅에 떨어지는 정신을 가진 교육자가 필요합니다. 수많은 남한의 학교에서도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진 교육가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교육 기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교회가 또한 그렇습니다. 일찍이 교부 터툴리안은「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종자」라고 말했습니다. 순교자의 피 흘린 위에 교회는 성장해 온 것이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런데 순교는 한 번에 피를 쏟아 주님의 제단에 바치는 것만은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일찍이 말했습니다.『나는 매일 죽노라.』곧 매일의 순교가 있습니다. 매일 매일 땅에 떨어지는 정신을 가지고 교회를 봉사하는 교역자, 장로, 권사, 집사, 교회를 봉사하는 청년들이 많은 교회는 자연히 열매를 맺습니다.
부흥합니다. 발전합니다. 일하는 교회가 됩니다. 저는 지난 금요일 부산에서 고속도로로 자동차를 타고 오면서 남한에는 웬만한 부락에는 거의 교회가 있음을 보고 감사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생각되는 것은 이 교회마다 땅에 떨어진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지고 복음을 전파하며 농촌을 지도하는 교역자가 있으면 우리한국이 얼마나 큰 축복을 받겠는가 이렇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의 농촌과 농촌교회는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진 일꾼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특별히 청년들은 깊이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교회뿐이 아닙니다. 우리 국가도 역시 땅에 떨어진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진 일꾼들을 부릅니다. 사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남한에서 이만큼이라도 자유가 확보되고 경제가 발전되며 평화로운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땅에 떨어진 밀 한 알들의 희생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야 됩니다.
여러분 6․25 동란을 회상하여 보세요. 이 땅에 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이 되었습니까? 한국의 청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 우방 十六개국의 많은 청년들의 곧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 알들의 무덤 위에, 말하자면 이 자유의 꽃이 지금 피고 있는 것입니다.
일찍이 영국에서 신교 자유에 대한 큰 핍박이 있을 때에 그 때의 영국의 감독으로 있던 레틴머 라고 하는 분이 화형 장에 끌려나가면서 같이 순교하려 나가는 교우에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형제 리들리여,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오늘의 영국에서 영원히 끌 수 없는 촛불에 불을 붙입니다.』
자기는 화형 장에서 불로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서 이것은 영원히 끌 수 없는 자유의 불길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 촛불은 자유의 촛불입니다. 이러한 희생, 이러한 순교 곧 땅에 떨어지는 밀 하나를 통하여 신교 자유의 촛불은 지금까지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가 없는 곳에 면류관이 없습니다. 희생이 없는 곳에 열매가 없습니다. 오직 땅에 떨어지는 묘지 위에만 진리, 자유, 평화, 번영 그리고 앞으로 올 국토 통일의 열매도 맺힐 것입니다.
사실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 의 정신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생활 원리입니다. 우리는 어떤 직장에서 무슨 책임을 맡든지 이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할 것입니다. 생명을 얻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고 자기 생명을 주를 위하여 의를 위하여 잃는 자는 얻을 것입니다.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원히 보존할 것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신 것입니다. 우리의 관청도 이런 정신을 가진 공무원들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회사들도 이런 정신을 가진 사무원들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공장들도 이런 정신을 가진 직공들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군대가 이런 정신을 가진 군인을 요구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우리의 가정이, 우리의 사회사업 기관들도, 우리의 학교들도, 우리의 교회가 이러한 정신을 가진 일꾼들을 요구합니다. 이런 일꾼들을 통해서만 열매를 맺힐 수 있는 것입니다. 금년에 졸업하는 졸업생들은 특별히 명심해서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달이 바로 반공 방첩의 달입니다. 지난 一월 二十三일 속초에서 서울로 오던 비행기를 납치하려던 괴한을 덮쳐서, 말하자면 六十여 명의 승객의 납북을 저지한 전 명세 기장 같은 이는 문자 그대로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 알입니다.
우리가 어디서 무슨 직분을 맡았든지 이와 같은 정신을 가지고 내 책임을 다하면 모든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 하나 하나가 다 이러한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가지고 살면 모든 문제는 자연히 해결되고 이 땅에 자유와 번영과 평화와 통일의 큰 결실이 맺힐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순절을 당해서 주님의 생활 원리인 이 십자가의 원리 곧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배워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교회에서나 어디서나 이 정신으로 살고 이 정신으로 죽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