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놀라게 하는 사람 이레전자 정문식 2002-03-18 22:28:17 read : 31137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서울 구로공단 디지털산업단지 내 이레전자산업을 방문했을 때, 정문식(40세) 사장은 탁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얼굴은 피곤한 듯 초췌해 보이기까지 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국내 최대의 정보통신 대전인 ‘IT KOREA 2002’에서 바이어들과 너무 열심히 상담한 후유증이라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레전자산업이 선보인 신제품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액정표시장치(LCD) TV가 각종 언론과 바이어들에게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무선단말기 업체에서 디스플레이 업체로 변신한 이레산업을 ‘주목받는 디스플레이 부문 중견 기업’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 사장은 “몸은 피곤하지만 요즘은 정말 행복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세 번 놀라게 하는 사람
이레전자산업의 고용 인원은 225명이며 이 중 10% 가량인 23명은 연구 인력이다. 이들이 올린 지난해 매출액은 400억 원이고 1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수출 2,000만 달러, 매출액 700억 원 그리고 50억 원의 순이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에 이마트와 42인치 PDP TV를 ‘시네마 플러스’라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OEM) 방식 제작 협약을 체결했고, 올해는 롯데와 캐슬아파트에 옵션으로 제공하거나 백화점에 유통시키기로 계약했다. 이로써 3,000∼4,000대의 PDP TV를 생산해 약 250억 원 규모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 하반기부터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모니터를 이용한 LCD TV도 생산할 예정이다.
정 사장을 만난 사람들은 크게 세 번 놀란다. 한번은 그의 외모가 연간 매출액 수백 억 원이 넘는 유망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답지 않다는 데 있다. 그는 넥타이를 매지만 생산직 직원과 다름없이 작업복을 입는다. 그 흔한 무스조차 바르지 않는다. 정직하고 성실한 기업인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의 학력이 고졸이라는 사실을 알면 두 번째로 놀란다. 정 사장이 처음 기름 밥을 먹게 된 것은 열세 살 때 청계천 앰프 공장에서다. 그 뒤 한양공고 야간 전자과를 졸업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 그가 최첨단 디지털 정보통신 분야의 총아인 휴대폰, TFT-LCD 모니터, 벽걸이 PDP TV를 생산한다.
세 번째는 정 사장이 철저한 신앙인이라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크리스천임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우리나라 비즈니스 환경에서 그런 사실이 때때로 손해로 작용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예수 자랑을 서슴지 않는다.
“제가 사업하는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입니다. 요령을 피운다든지 술수를 부리는 것을 철저히 배격합니다. 공무원에게 로비를 하거나 재테크, 부동산 투기로 사업 자금을 만들지 않아요. 그게 저의 경영 철학이죠.”
정사장을 두고 아름다운 은퇴와 모범적인 부의 사회 환원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은 ‘정도 경영’을 하는 기업인으로 적극 추천한다.
하나님께 지킨 14년의 약속
정 사장이 창업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여름성경학교 때문이다. 신림동 전선 가공 업체에서 책임 기술자로 바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여름방학 중에는 3일 간 주일학교 학생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 바쁜 그로서는 짬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정 사장이 여름성경학교에 매달렸던 까닭은 하나님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탓에 그는 결혼하자마자 아들을 달라고 기도했다. 응답해 주신다면 평생을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겠다는 서원을 드렸던 것이다. 하나님은 큰 딸 미성이와 둘째 아들 지복이를 허락하셨다. 정 사장은 지복이가 태어나자 곧바로 교회로 향했고,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신림동 회사를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 50만 원으로 회사를 창업했다. 1990년 그는 고물상에서 압착기 두 대를 사는 것으로 퇴직금을 모두 써 버렸다. 연립주택 반지하에 있는 방 두 칸짜리 공간을 쪼개 ‘와이어 하네스’라는 카스테레오용 전선 가공업을 시작하였다.
‘이레’라는 이름은 창세기를 읽으면서 얻은 아이디어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모리아 산에서 제물로 드리려 할 때, 하나님께서 미리 준비하셨다가 수양을 주신 것을 기념해 지어진 지명이 ‘여호와 이레’이다. 그는 ‘하나님의 뜻에 의해 예비되어 있는 기업’이란 의미로 ‘이레전자’를 명명했다.
그는 다섯 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꿈을 키웠다. 업계 동향에 뒤지지 않으려고 하루에 신문 여섯 가지 이상 정독하는 열의를 가졌다. 정 사장은 고객과의 납기 일을 지키기 위해 냉기 도는 시멘트 바닥에서 새우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철저한 관리와 신용으로 1996년 현대전자의 단말기용 충전기와 핸즈프리 키트 공급업체로 선정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그는 고통스런 삶과 눈물, 노력과 기도로 일궈낸 기적 같은 성공으로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신지식인’과 벤처기업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 사장의 성공 이야기는 드라마 <신화>(SBS)의 소재로 이용됐고, <성공시대>(MBC)를 통해 전국으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말에는 「다섯 평 창고의 기적」(국민일보사 펴냄)이란 책이 출판되었다.
요즘 정 사장 사무실 입구에는 가장 아끼는 물건이 걸려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욥기 8장 7절 말씀이 새겨진 현판이다. 이 말씀을 묵상한 결과로 지금의 그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레산업’은 하나님의 것
정문식 사장은 이른 아침에 출근해 모든 직원이 퇴근한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간다. 그런 그에게 가족들은 ‘빵점 아빠, 빵점 남편’이란 혹독한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주일학교에서는 인기 만점이다.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자동차 안에 성경공부 교재를 놓고 날마다 탐독한다. 교회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얼굴을 비비고 장난도 마다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불거져 나온 뱃살을 보고 ‘배불뚝이’라며 놀리기도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정 사장의 성품은 회사 경영에도 잘 드러난다. 사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것은 물론, 사원들이 가정의 대·소사를 스스럼없이 사장에게 알릴 정도로 친근하다. PDP 생산부 송현용(22세) 씨는 “공고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사장님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후에 우리 사장님과 같은 마인드로 회사를 경영하겠다”고 다짐한다.
정문식 사장의 말대로라면 요즘 이레전자산업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하나님의 기업이기 때문에 잘 돼야 한다는 것이그의 생각이다.
정 사장은 두 가지 신앙적인 고민에 빠져 있다. 하나는 기업의 성공이 자신의 교만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기업 경영을 청지기직으로 여기는 그는 “이 회사는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기에 자신이 성공의 주최일 수 없어요”하고 겸손해 한다.
다른 하나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문제이다.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5,000만 원 정도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집안 형편이 어려운 고3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배우지 못한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가능했다.
어느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사는 정 사장은 오늘도 사무실에서 기도한다.
“나는 힘이 미약하지만 내 뒤에 계신 분은 나보다 강하시며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 전능하심으로 오늘 하루의 이레전자산업을 경영하여 주십시오.”
직장 사역 클리닉/ 신우회 유형 분석 5
친교 모임 추구형
요즘 변화 없는 크리스천의 모습을 빗대는 난센스 유머가 있다. ‘소금이 죽으면 무엇이 되는가?’답은 ‘죽염’이다. 오죽 했으면 이런 유머가 나왔을까? 어느 신우회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우린 모이는 즐거움에 삽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직장 신우회의 특징이 상호간 교제와 영적 공급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우회 모임 자체가 단순히 친교를 위한 모임으로 끝난다면 자칫 ‘죽염들의 모임’으로 전락하기 쉽다.
이런 형태의 신우회는 사람들이 쉽게 모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모임에 대한 부담감 없이 구성원 상호간 친밀한 교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임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이 없을 때 단점을 드러낸다. 주제 의식 빈곤과 리더십 부재 시 모임 유지가 쉽지 않다. 구성원들의 모임에 대한 헌신이 없기 때문에 단지 소그룹 형식으로 유지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한마디로 복음 전도에 대한 비전의 나눔이 없는 단순한 친교 모임은 존재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예배중심형 신우회가 교회의 모임을 일터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일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반면, 친교추구형은 정체성의 위기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신우회가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첫째, 신우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믿는 자들의 모임과 친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믿지 않는 동료들을 전도하기 위한 비전이 공유되어 이뤄지는 정체성이다. 둘째, 구성원들 사이에 친밀감이 생겼을 때 소그룹 훈련을 통한 효과적인 전도를 실천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셋째, 소그룹 양육 모임을 통해 신우회와 구성원들이 계속 성장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