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12:20-33/ 열매 맺는 비결 / 한경직 목사
2014-08-26 15:07:29

이미 읽은 말씀 가운데서 요한복음 12장 24절을 제가 다시 봉독하겠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주님께서 명절 곧 유월절을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서 지키실 때에 헬라 사람 몇이 예수님 제자들에게 와서 예수를 뵙게 하여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이 말씀을 들으시고 우리 주님은 이미 읽은 말씀과 같이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우리 주님은 헬라 사람 몇이 자기에게 나오는 것을 보시고, 장차 헬라 사람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이방 사람들이 그에게 나올 것을 그의 신령한 눈으로 미리 보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하여서는 자기가 먼저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할 것을 또한 각오하신 것입니다. 사실 이 말씀은 문자 그대로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주님은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과 같이 십자가에서 죽으시므로 천하 만민의 수없는 생명을 구원하여 내셨습니다. 많은 열매를 맺으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열매와 같은 열매는 물론 맺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작은 의미에서 우리도 열매 맺는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밀 한 알이 땅에 떨어짐으로 많은 열매를 맺는 원칙은 이 자연계와 또한 인간의 영적 및 도덕적 세계에 운행되는 보편적인 원칙인 것입니다. 지금은 이미 가을입니다. 모든 초목이 열매 맺는 계절입니다. 풀도 씨를 맺고, 곡식도 열매를 맺으며, 과실나무도 온갖 과실을 맺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많은 열매를 맺는 배후에는 먼저 땅에 떨어진 밀 한 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황금물결이 비치는 누른 곡식을 바라볼 때에 우리는 언제나 먼저 땅에 떨어진 죽은 종자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직 이러한 먼저 죽은 종자들이 있을 때에만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천지의 공도입니다. 우리는 이 열매 맺는 가을을 당하여 이 평범한, 그러나 또한 심오한,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고 하신 주님의 이 역설적인 진리를 잠깐 생각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이 진리는 먼저 우리 하나하나 곧 개인생활에 적용이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이 세상에 왔다 갑니다. 이 인생행로는 일방 도로입니다. 이 짧은 삶을 가장 뜻있고 열매 맺는 보람된 생활을 하기를 우리가 다 원합니다.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진리를 배워야 합니다. 옛사람은 죽어야 새 사람으로 중생합니다. 작은 삶은 버려야 큰 삶을 얻습니다. 작은 나의 욕망, 야심, 안일 등은 버려야 큰 삶으로 소생합니다. 작은 것을 먼저 버려야 큰일을 이룹니다.

얼마 전 우리 한국에서도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의 탄신 100주년 기념집회가 있었습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그는 본래 독일에서 저명한 신학자요, 음악가요, 또한 의학박사였습니다. 그는 모국인 독일에서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문명한 사회를 등지고, 흑암 대륙 밀림 속에 들어가 가장 가난하고 병들고 무지한 흑인들을 위하여 그들의 헌 데를 씻어주고, 그들의 병을 고쳐주며 하나님의 사랑을 그의 실제 생활을 통하여 전파하였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이미 십수 년이 되었습니다. 혁명과 전쟁과 천재지변과 기근과 죄악으로 가득한 이 20세기에 오고간 인간들의 수는 수십 억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열매를 많이 맺은 몇 개인들을 찾아본다고 하면, 아마 슈바이처 박사야말로 그 중에 하나일 것은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는 문자 그대로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원리대로 산 분입니다.

여러분께서 이미 들으신 대로 이 주간에 피어스 박사의 한국 봉사 25주년을 기념하는 연회와 예배가 있습니다. 그는 25년 전 곧 1950년 봄에 한 청년 목사로 한국에 와서 그때 남대문 곁에 있던 광장에서 대전도집회를 가졌습니다. 그의 정열 넘치는 말씀에 감동되어 많은 동포들이, 특별히 청년들이 새로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본국으로 돌아간 지 얼마 후에 놀라운 6?25 사변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그냥 본국에 평안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곧 종군기자가 되어 한국에 다시 돌아와 당시 모든 실정을 신문을 통하여 보도하며, 특별히 자기가 목도한 피난민의 전경, 거리에 헤매는 많은 고아들, 모자들의 참혹한 실정을 보도하며, 이들을 구호하자고 눈물로 호소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곧 세계기독교선명회를 설립하고, 이 기관을 통하여 고아들과 모자들의 구호를 비롯하여 의료, 전도, 온갖 봉사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는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문서, 그리고 어린이 합창단 등 온갖 수단을 통하여 한국을 세계에 소개하며 각 방면으로 노력하였습니다. 그의 간곡한 호소를 듣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정치, 경제, 군사, 모든 방면으로 협조하는 운동에 가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과거 25년간 그와 같이 가까이 일하는 가운데 늘 감심(感心)한 것은 그가 무슨 일을 시작하게 되면 그 자신을 온전히 잊어버리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필경은 그렇게 튼튼하던 심신이 과로로 인하여 극도로 쇠약하게 되어 결국은 자기가 설립한 기독교선명회 총재의 직을 몇 해 전에 사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년간 요양한 후에 다소 건강이 회복되어서 다시 그의 인류애를 중심한 일을 시작하려고 하던 차에 불행하게도 수개 월 전 백혈병이라는 불치의 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한국 나이로 금년이 환갑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하신 권능의 간섭이 없으시다면, 아마 그의 필생의 사업도 오래 계속되지는 못할까 염려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 맡기려니와 하여간 그의 지금까지의 삶도 많은 열매를 맺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어떻게? 그분도 역시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원리대로 사신 분입니다. 희생 봉사의 정신, 또 십자가의 원리를 따라 살 때에만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이 사실을 우리는 언제나 기억해야 될 것입니다.

둘째로, 생각하면 개인의 생활뿐만이 아닙니다. 교회의 발전과 부흥에도 이 원칙은 적용됩니다.

저는 얼마 전 연로하신 권사님들 몇 분이 이 뜰에 새로 지은 기념관 안에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 중에 한 권사님이 하는 말씀이, 자기가 한번은 자기 집에서 가까운 어떤 교회를 나가 보니 모인 수가 아주 적더라고 하면서 본 교회에 오면 언제나 많이 모여서 참으로 감사하다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후 며칠 후에 저는 한 교우의 가정에 초청을 받아서 그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또한 저녁식사도 나누고 왔습니다. 그 가정은 다른 가정이 아니고, 여러분 잘 아시는 박순도 권사님 댁입니다. 그 둘째 아들은 우리 교회 김영철 집사이고, 그 맏아들은 오래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있다가 작년부터 귀국해서 현재 한국과학원에 교무처장으로 있는 김영걸 박사입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이 바로 그들의 아버지 김응락 장로님이 순교하신 지 25주년이 되는 저녁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김 장로님은 6?25때에 괴뢰군이 서울에서 물러간다는 소식을 듣고 이 교회를 도로 찾기 위해서 이 예배당 구내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가 아직도 남아 있던 괴뢰군 몇 사람에게 무참히 순교를 당하였습니다. 그는 순교하기 직전에 먼저 예배당에 들어와 최후로 교회와 나라를 위하여 기도를 드리고 나가다가 바로 예배당 문 앞에서 그 생명을 주님 앞에 바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 장로님의 순교 기념비가 바로 저 앞에 있는 것을 여러분 다 보셨을 것입니다.

이렇게 이 성전 뜰 안에는 순교자의 거룩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종자라.’고 일찍이 초대 교회의 유명한 교부 터툴리안이 기록하였습니다. 여러분, 본 교회가 이렇게 은혜를 받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들이 있은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6?25때에 신앙을 위해서 생명을 바친 이가 우리 한국 교계에 여러 분 계십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도 우리는 당시 본 교회 주일학교 교사 가운데 하나이던 김창화 선생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분은 당시 사범대학 부속 중고등학교 교원으로 있었는데, 자기 학과를 잘 가르친 것은 물론, 그 학교 안에서 성경 연구반을 조직해서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동시에 그 학교 안에서 우익진영의 지도자로 있었던 것입니다. 공산당이 서울을 점령한 후에 이 김 선생을 거리에서 붙잡아서 학교 마당에까지 끌고 가서 소위 그들의 인민재판을 한 후에 그를 총살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앙이 독실하고 담대하던 김창화 선생은 처형되기 전에 특별히 시간을 달라고 하여 여러 사람 앞에서 큰 목소리로 기도하였습니다. 문자 그대로 스데반의 기도였습니다. 9?28 수복 후에 우리는 그 학교 구내에 가매장 되었던 그 유해를 거두어서 바로 그 학교 뜰에서 장례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이분이 바로 여러분이 잘 아시는 본 교회 백옥현 권사님의 남편입니다. 오늘이 9월 28일입니다. 25년 전에 괴뢰군에게서 서울을 다시 찾은 날입니다.

영락교우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뜻 깊은 날, 우리 교회와 겨레를 위하여 땅에 떨어진 밀 한 알들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엄숙히 옷깃을 여미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린도전서 15장 31절을 읽어 보면 거기에 “나는 날마다 죽노라”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여러분, 주를 위하여 한 번 피 흘려 죽는 순교자들이 있는 동시에 또한 날마다 죽는 순교자들이 많다고 하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 교회가 이러한 축복을 받는 배후에는 날마다 죽는 밀알들이 과거에도 많았고, 또한 현재에도 많은 까닭입니다.

남이 알든지 모르든지 매일매일 어디서나 옳게 살기 위하여 애쓰며 교회와 민족을 봉사하기 위하여 눈물로 기도하며, 땀 흘리며 일하는 장로, 권사, 집사, 권찰, 교회학교 반사, 성가대원, 그리고 아무 직분도 없는 평신도들, 남모르는 중에 날마다 죽으면서 일하는 이런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여러분 아시는 대로 박덕모 장로님 같은 이는 주일날 교회학교를 봉사하다가 쓰러져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미환 권사님 같은 이는 종일 대심방을 다 마치고 마지막 집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일어서다가 쓰러져 세상을 떠나가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말을 다 하려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여간 교회 부흥의 배후에도 아나 모르나, 아니 하나님만 아시는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들이 많다고 하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는 이들을 위하여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자기를 잊고 매일 기도하며 희생적으로 일하며 봉사하는 이들로 말미암아 교회는 장성하고 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셋째로, 이 문제와 관련해서 기억해야 될 것은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원리는 개인생활과 교회생활만이 아니고, 국가 발전과 민족중흥에도 꼭 적용이 됩니다.

국가 발전과 부흥의 비결이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안에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원리대로 사는 이들이 많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주간에 일본에 있던 조총련에 속하는 교포들이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고, 그 발전상에 크게 놀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한국은 사실 과거 십수 년 동안에 놀라운 건설과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근년에는 새마을 운동으로 농촌의 모습도 놀랄 만큼 변모하여 가는 중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실도 무심히 보아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국군묘지에 한번 가보세요. 부산에 있는 UN군 묘지를 한번 방문하세요. 저는 몇 주일 전 본 교회 변일환 집사님이 사단장으로 있는 25사단을 방문할 때에 험한 계곡을 지나가는데, 그곳에 영국 군인들을 위한 기념탑이 세워진 것을 보았습니다. 들은즉 6?25때에 영국의 한 대대 병력이 중공군 사단 병력과 대항해서 격전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영국군 수십 명이 모두 장렬한 전사를 하였다고 합니다.

여러분, 오늘날 이 남한 땅에 이만큼이라도 자유 민주사회가 유지된다고 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우리 애국 청년들과 자유를 사랑하는 우방 청년들의 무덤 위에, 다시 말하면 이 땅에 떨어진 밀 한 알들의 거룩한 무덤 위에 이 민주주의의 꽃은 피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살아남아 있으면서, 그러나 날마다 죽는 여러 밀알들의 희생적 노력과 봉사와 땀과 눈물의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일변 싸우며 일변 일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발전하여 나아가는 것입니다.

감사한 것은 우리 산업사회에 가 보아도 이 발전의 배후에는 땅에 떨어지는 밀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농촌 부흥에도 새마을을 건설하기 위하여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밀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별히 그 가운데도 주님을 믿고 문자 그대로 십자가의 정신으로 그곳에서 헌신하는 밀알들이 각계각층에 섞여 있는 것을 알게 될 때에 실로 마음이 흐뭇합니다. 열매 맺는 비결은 이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입니다. 옥합은 깨어져야 향기가 발산됩니다.

여러분, 열매를 많이 맺는 생활을 원하십니까? 이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배워서 그대로 살아야 합니다. 내가 있는 그곳에서,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회사에서나 공장에서나 관청에서나 또 교회에서나 이 밀 한 알의 정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기도합시다.

아버지시여, 우리가 지금 마음으로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원리를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다만 일시적인 생각에 그치지 말고 이 원리에 근거해서 일생을 살아갈 수 있는 이 은총을 우리에게 오늘 더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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